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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비제이벳

글쓴이 : 이용찬

다음 순간, 두 개의 투명한 인영이 동시에 자취를 감추었다!

성모궁에 광풍이 불고 고공에 흑백의 구름 두 송이가 나타났다. 성모궁 외곽, 반짝이는 두 개의 빛이 서로 쫓고 쫓기며 충돌했다. 그러나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 여운은 이내 순조롭게 사그라들었다.

여기저기서 성모궁 대전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하는 범인들은 이런 기이한 광경을 전연 눈치채지 못하였다.

종이 도인의 법력이 빠른 속도로 소모하였다. 그러나 미륵 또한 성모궁 외곽에 꽉 가로막히는 바람에 수십 번 제신에게 쏟은 휘황찬란한 빛이 잠깐이나마 풀어졌다.

대전 안, 제신이 몸을 일으켰다. 문신과 무장들도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제사가 마무리되었다.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인지한 미륵은 코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장수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여와묘에서 수십 리 떨어진 산속이었다.

이장수는 입을 가로로 죽 늘여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종이 도인의 법력도 다 소진한 상태였다.

“이장경, 내가 누구의 명을 받들고 왔는지는 알고 있느냐?”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굳이 답을 말할 필요도 없어 보이네.”

이장수는 뒷짐을 진 채 대답하였다.

“그런데도 감히 이따위로 군다는 것이냐? 너와 내 상황이 바뀔까 봐 두렵지 않은 모양이군.”

“내가 지키는 건 인황에 불과하고, 너는 천규 조항을 어겼다. 인간족 기운에 도로 집어 삼켜질까 두렵지 않으냐? 심심하면 내게 화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데, 이따가 정리되는 자가 누구인지 잘 보아라.”

미륵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화신은 바람을 타고 흩어지고 한마디만을 남겼다.

“이장경, 너와 나는 청산해야 할 빚이 있다.”

이장수는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다.”

미륵이 정녕 천도의 숨겨진 바둑돌이 되었단 말인가?

내가 미륵을 막아내면서 제신은 정상적으로 제사를 완성하였다. 그럼 ‘시를 짓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나?

봉신대겁이 이렇게 쉽게 내 손에 큰 흐름이 바뀌어버리는 건가?

손을 쓴 쪽이 서방교나 천도라면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 배치만으로 미륵을 불러와 사달을 일으키게 했고, 천정 보통 권신을 완전히 간과한 걸까……?

이장수의 마음속에 갖가지 의혹이 솟구쳐왔다. 성모궁 쪽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정신을 제신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관직’ 종이 도인에게 떨어뜨리려는 찰나 느닷없이 도심이 떨려왔다.

웅—

다급하면서 허무한 외침이 들려오고 숲속에 있던 이장수의 종이 도인이 고개를 확 쳐들고 고공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인황의 기운으로 이뤄진 금룡이 고개를 들고 노호하며 흉악하게 날뛰었다. 하늘로 돌진하려는 듯하나 육중한 몸은 구름 위에 고정되어 옴짝달싹하지도 못하였다.

이장수의 두 눈에 신광이 터지면서 고공에서 급히 떨어지는 검은빛을 발견했다.

여와묘 대전 안. 대전 문턱을 넘으려던 제신이 뜬금없이 멈칫하더니 뒷짐을 진 채 뒤돌아 성모의 옥 조각상을 쳐다보았다.

“여와 낭랑은 어찌하여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지?”

…….

여와묘 외곽에 있는 숲속. 이장수는 더없이 복잡한 눈을 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 금세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고는 화광이 집어 삼켜져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렸다.

천도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거리끼는 것도 전혀 없이 손을 쓴단 말인가?

기운의 금룡이 고정되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하였다.

별안간 ‘흥미’가 생긴 제신도 마찬가지로 듣도 보도 못하였다.

인간 세상의 제왕이자 속세의 인황은 천도에 제멋대로 좌지우지되었다. 심지어 형식도 따지지 않았다. 미륵이 실패하고 나자 바로 나섰다.

도조는 어째서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도조의 뜻을 받은 일이란 말인가?

화운동 호수 바닥에 누워있는 노인은 또 어찌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천도에 공식 인증을 받은 천정이 앞으로 어떻게 ‘정의’라고 불리겠는가?

이장수는 갖가지 상황을 예상해보았었다. 준제가 다시 손을 쓸 것을 생각해보았고, 제신이 대왕으로 지내는 동안 성정이 점점 개조되는 상황도 생각해보았고, 또…….

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본질이 허무한 시나리오를 완성할 줄은 몰랐다.

뒷일은 안 봐도 뻔하다.

천도는 무엇 때문에 균형을 이루려는 걸까.

홍황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위험하구나.

X같은 천도! (1)

「천도가 제신에게 직접 손을 썼다.」

소경봉 단방 앞.

이장수는 음양 도안이 새겨진 연못가에 서 있다. 다소 초점이 흐려진 눈을 하고서 뒷짐을 진 채 조용히 얼을 빼고 있었다.

내가 한 단계 한 단계 여기까지 걸어온 게 홍황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당시만 해도 전혀 예상한 바 없는 고도라고 한다면, 천도가 오늘 수치심 따위 찢어발기고 제신에게 직접 손을 댄 건 이장수가 고려했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는 천도의 의지가 비제이벳 반드시 그가 짠 시나리오대로 연기해야 한다고 아무 거리낌 없이 요청했다는 걸 의미한다.